'바이오' 뛰어드는 서울대 교수…5년간 43명 창업 (2020.11.05 매일경제)

2025.09.23

마크로젠·천랩 성공신화 도전

교내 창업교수 10명중 7명꼴 성장 잠재력 큰 바이오 선택
올해도 5명 바이오벤처 설립

체외진단기기·항암제 신약 및 의료장비 등 사업분야 다양
대학도 기술이전 수익 늘자 교수 창업 적극 지원 나서



서울대 교수들이 앞다퉈 우리나라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뜨고 있는 바이오벤처에 뛰어들고 있다.

5일 서울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 10월까지 지난 5년간 창업에 나선 서울대 전임교원(교수)은 65명이었다. 그리고 이들 창업 교수 중 43명이 성장 잠재력이 큰 K바이오를 사업 분야로 삼은 것으로 집계됐다. 창업에 나선 교수 10명 중 7명꼴로 바이오를 선택한 셈이다. 벤처붐이 불었던 1990년대 후반에 서울대 실험실에서 시작된 `마크로젠` 등 1세대 바이오벤처와 2000년대 후반 서울대 벤처로 설립돼 코스닥에 상장된 `천랩` 등의 바이오벤처 성공 신화를 이어 나가겠다는 게 신생 벤처 창업 교수들의 생각이다. 지난해에만 바이오벤처 14곳을 창업한 데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금 조달 어려움에도 지난달 이강원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교수가 바이오벤처 `더 도니`를 창업하는 등 5개의 바이오 스타트업이 새롭게 출범했다. 이 교수가 창업한 `더 도니`는 체내 칼륨 이온을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체외진단기기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.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경우, 칼륨 이온 수치가 급속히 높아지면 심장과 근육이완으로 인한 마비 등이 일어날 수 있다. 이 교수는 "현재 시제품을 제조 중"이라며 "내년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가 신속하게 인허가 과정을 완료한 뒤 2022년에 시장에 출시할 것"이라고 밝혔다. 또 통증 치료 신약을 개발하는 제이메켐, 의료장비를 개발하는 에이치머신스와 사피엔메드, 단백질 기반 신약을 개발하는 갤럭스도 올해 서울대 교수들이 창업한 바이오벤처들이다. 신영기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교수가 창업한 항암 신약 개발 업체인 `에이비온`은 코스닥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.

서울대는 지난해 서울대법에 `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에 관한 특례` 조항을 신설해 교수들의 창업·겸직 활동 제한을 완화하는 등 교수 창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. 서울대는 학내 벤처기업과 학교의 동반 성장을 꾀하는 `창업 교수 지분 5% 양도 규정`도 추진 중이다. 서울대 교수가 창업할 경우 회사 지분 5%를 학교에 의무적으로 양도해야 하는 조항으로, 창업에 나선 교수가 지분 양도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학내에서 더 많은 인프라스트럭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서울대 측 설명이다.


서울대는 교내 구성원이 창업한 기업에서 만들어진 기술을 이전해 지속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. 지난 5년간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교원 벤처기업과의 기술이전 계약을 총 54건 맺었는데, 이 중 바이오벤처기업과의 계약 건수가 93%(50건)를 차지한다. 기술이전을 통해 23억8500만원의 수익을 얻었는데 이 중 95%(22억5800만원)가 바이오벤처에서 나온 것이다. 서울대 의대 최경호 교수와 최은영 교수가 공동 설립한 바이오벤처기업 `티카로스`는 최근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.

교수들이 설립한 학내 벤처가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있다. 먼저 여전히 존재하는 창업에 대한 학내의 부정적인 인식 극복이다.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"사실 지난해부터 학교에서 창업을 공식적으로 권장하는 등 학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, 여전히 원로 교수들을 중심으로 학문에 소홀하고 외부 사업에 전념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"이라고 토로했다.

또 연구 기반의 경험만을 쌓아온 교수들이 신약을 실제로 출시해본 경험이 있는 임상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학내 벤처로 시작한 회사가 임상 단계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.


해당기사 링크: https://www.mk.co.kr/news/it/view/2020/11/1138592/